주의) 최대한 자제하면서 썼지만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의 영화는 아름답지만 진부합니다.
널리고 널린 게 사랑 영화거든요.
<라빠르망>은 사랑이야기지만 어딘가 많이 다릅니다.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닙니다.
커플 중의 한 사람을 짝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짝사랑. 짝사랑은 사랑이 아닐까요?
그저 커플에게 민폐일 뿐인 존재일까요?

장르가 반전인 영화
이 영화의 흐름은 관객에게 불편하게 흘러갑니다.
현재와 과거의 빈번한 교차편집으로
남자 주인공인 막스(뱅상 카셀 분)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뿐만 아니라 막스의 1인칭 시점의 느낌으로 영화가 진행되어 매우 좁은 시야로 사건을 훑게 됩니다.
헤어진 연인인 리자(모니카 벨루치 분)의 흔적을 찾아 그 뒤를 밟는 막스를 따라
관객들은 숨막히는 스토킹(?)을 간접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막스의 시점에서 조금씩 조금씩 발견되는 단서를 통해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는 방식이죠.
물론 막스가 발견한 것들 중에는 미끼들도 수두룩 합니다.
관객들은 막스가 물게 되는 미끼를 고스란히 같이 물게 되는 겁니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미스터리적인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그러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를 예상하고 영화를 관람했다면 내용 자체가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헐리우드 리메이크작인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의 한국식 제목에 낚여서
로맨틱 코미디 정도를 예상하고 관람한 사람들에게는 뭐라 드릴 말씀이...
언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
어렸을 때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은 예쁜 커플을 경악스러운 방법으로 갈라놓는 싸이코 여자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왓챠 익스클루시브에 올라와 다시 본 <라빠르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음대로 조절 가능한 감정이 아니기에
그저 애만 태울 수밖에 없던 짝사랑이 너무 가엽고 안타까웠습니다.
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을 수도 있죠
당신을 찾아 헤맸을지도 모르고요
알리스(로만느 보링거 분)의 이 대사를 예전에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음에서 떠나지가 않습니다.
물론 알리스의 방법은 잘못됐고, 민폐인 게 맞습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여전히 그것까지는 용납할 수는 없더라구요.
그래도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느정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인 배우(들)
이 영화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바로 모니카 벨루치입니다.
극 중 뱅상 카셀이 모니카 벨루치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들도 그 장면에서 함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알리스보다는 리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그 당시 모니카 벨루치의 미모는 엄청났습니다.


뱅상 카셀의 풋풋한 연기와 로만느 보링거의 애잔한 짝사랑 연기까지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결국 이 영화를 계기로 진짜 사랑에 빠진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는 결혼까지 하게 되죠. (국민 도둑놈 아닌 세계적 도둑놈)
헐리우드 리메이크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이 영화의 또 다른 관람포인트 중 하나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와의 비교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를 보면 원작인 <라빠르망>의 플롯을 집요하리만치 따라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정도로 원작의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고, 거의 똑같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결말이 확연히 다릅니다.
<라빠르망>은 그야말로 프랑스식 냉소적인 결말,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결말이죠.
특히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를 다 본 느낌은
“<어거스트 러쉬>도 아니고 이게 뭐냐?” 였습니다.
물론 각자의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라빠르망>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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